탄소중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한 관계 전문가들과 현장의 의견을 종합해보자. 정책 목표는 그대로 두더라도 추진전략이나 방법, 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화석에너지별 전환속도 조정이 필요하다. 무차별한 일괄적인 전환속도보다 에너지원별 속성과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재조정의 핵심은 가스에너지 역할에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산업의 기술이 충분히 발전되어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산업의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가스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대체 및 보조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적당한 시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원별 환경성을 고려하여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는 가스에너지를 과도기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가스에너지라 할 수 있는 LNG·LPG가 각자 속성에 맞는 역할분담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기반이 안정화 될 때까지 석유와 석탄을 대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시대에 가스에너지의 역할과 기대는 이미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반영돼 있다.

에너지전환 시대에 필요한 LPG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수요확대를 위한 두 가지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수송용 LPG화물차 보급 확대

LPG자동차의 환경적 우월성은 전문기관의 연구 조사 결과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생애주기(lLCA ; 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볼 때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에 비해서도 환경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LPG자동차는 무엇보다도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자동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시험결과에 따르면 실제 주행 환경과 비슷한 실외도로시험에서 경유자동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LPG자동차의 9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LPG자동차의 친환경성을 근거로, 환경부는 2019년부터 대기 중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운행 중인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의 일환으로 경유차를 폐차하고 친환경 LPG화물차를 신차로 구입할 때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LPG화물차 신차구입 지원 사업’을 시행해왔다. 동 사업은 생계형 차량인 1톤 노후 경유 화물차를 LPG자동차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 전환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줘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초점을 맞춰 2022년도 LPG화물차 신차 구매지원 사업의 물량 및 지원 금액을 대폭 축소했다. 2021년 대당 400만원으로 2만대를 지원한 사업규모가 내년에는 대당 200만원씩 모두 1만5000대 지원에 그친다. 2020년 7월 환경부가 ‘그린뉴딜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 계획’에서 수립했던 대당 400만원 총 2만50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LPG화물차가 경유화물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지만 결국 내연기관 자동차라는 점에서 보조금 지원 확대가 시대흐름에 맞지 않고, 자동차산업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라도 전기 및 수소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 실효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환경부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LPG화물차의 노후 경유차 대체효과가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경유 화물차가 전기화물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경유 화물차 폐차 비율(2.7%)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반면 2021년도 LPG화물차 지원 사업 신청자 중에서 경유 화물차 조기폐차 차량 소유자 비중이 74%에 달한다. LPG화물차의 노후 경유차 대체 효과를 입증하는 수치다. LPG 화물차 신차 구입은 전기 화물차와는 달리 기존 경유차 폐차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전기 자동차산업이 정상궤도에 올라 전기화물차 보급이 보편화될 수 있을 때까지 환경과 영세상인 보호차원에서 LPG화물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단계에서 LPG화물자동차 보급 확대는 환경과 경제가 상생할 수 있고,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되어 정책 당국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LPG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화물자동차 보급 확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시장 상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최소 10년 대계’가 될 수 있는 사업임을 직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설원예용 가스히트펌프 시스템 농가 실증 모습.
시설원예용 가스히트펌프 시스템 농가 실증 모습.


GHP 보급 확산

가스히트펌프(GHP)는 가스를 열원(LNG, LPG)으로 하는 가스엔진의 동력으로 구동되는 압축기에 의해, 냉매(R407C)를 실내기와 실외기 사이의 냉매관으로 흐르게 하여 액화와 기화를 반복시켜 여름에는 냉방기로, 겨울에는 난방기로 이용하는 가스 냉난방기를 지칭한다. 가스히트펌프는 난방 효율이 높고, 저렴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경유보일러 대비 농가의 난방비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난방의 경우 가스히트펌프는 엔진 냉각수 및 배출가스에서 열을 회수하여 라디에이터로 공급하므로 겨울철 저온 시 공기 열 히트펌프(EHP)에서 문제되는 외부 열교환기 결빙을 완전히 방지할 수 있어 난방 효율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스히트펌프가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건물·주택용 냉난방 때문이 아니라 가스히트펌프를 이용하여 온실에 난방을 하는 경우, 기름보일러 보다 난방 절감을 할 수 있으며, 배출가스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 시비를 하는 경우 액화탄산의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감소된 난방비 및 액화탄산 비용은 농가의 소득개선으로 이어진다. 시설 작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므로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의 대책으로 활용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스히트펌프는 LNG 중심으로 기기가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보급지원 정책도 LNG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LPG용 가스히트펌프가 개발되어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LPG용 가스히트펌프는 LNG용 가스히트펌프에 비하여 더 많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LNG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 보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원예용 시설작물 재배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LNG 경우 하절기 가스히트펌프에 공급되는 연료가격을 평시보다 40% 저렴한 별도요금제가 적용 중에 있고, 기기를 구매할 때도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러한 보조금은 LPG용 가스히트펌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개편되어야 한다. LPG용 가스히트펌프는 시설원예용 중심으로 ‘스마트 팜(smart farm) 시설’로 연계되어 향후 그 활용도가 매우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기술개발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원예시설용 LPG용 가스히트펌프는 스마트 팜 사업과 연동되어 향후 LPG수요확대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시설이다. LPG업계의 각별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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